왜 카카오 이모티콘?
회사 생활 15년 동안 온라인 마케팅 기획자로 살았어요. 두 번의 번아웃을 겪은 후 회사라고 하는 조직에 속해 일을 하는 것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아무런 대비 없이 덜컥 퇴사를 해버렸어요.
퇴사 전에 앞으로 할 일을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건 알지만,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을 병행하는 게 가능한 건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 한정된 것 같아요. 그래서 퇴사 후에 유료 강의, 유튜브 무료 강의 이것저것 찾아 보며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어요.
- 해외 구매 대행
- 전자책
- 블로그
- 제휴 마케팅
- 이모티콘
- 유튜브
- 웹툰
- 웹소설
- 제페토 크리에이터
- 앱테크
등등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었어요.
이 중에서 블로그와 이모티콘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선택한 기준은 이랬어요.
1. 동물, 특히 고양이와 관련된 주제로 할 수 있는 일
2.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채널과 툴로 할 수 있는 일
특히 이모티콘은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들도 실제로 검수가 통과되어 이모티콘샵에서 판매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컨셉이 명확하고 재미있으면 그림 실력과 상관 없이 얼마든지 입점이 가능하다고 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모티콘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채널로는 카카오톡, 라인, 네이트온 등이 있다고 해요. 이 중 카카오톡이 가장 검수가 까다롭다고 하지만, 우리 다 알잖아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이 카카오톡이라는 걸. 검수가 조금 더 쉬운 곳에서 도전해 본 후에 카카오톡을 시도해 보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그냥 제일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해보기로 했어요.
카카오 이모티콘 만들기 첫 단계는 컨셉 & 타겟 구체화
퇴사하면서 10년 사용한 노트북이 망가져 새 노트북을 구입했어요. 새 노트북은 화면 터치가 되고, 스타일러스 팬 사용이 가능한 태블릿 겸용 노트북이에요. 10년도 더 지났지만, 포토샵을 사용해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일단 이모티콘은 포토샵으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이모티콘 작가들의 유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봤어요. 작가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내용은 결국 이거였어요,.
'그림 실력 보다는 독창적인 컨셉이 중요'
그렇다면 컨셉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너무 고민이 되었지만, 나름대로 몇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1.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관계일까?
2. 어떤 상황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할까?
3. 주로 나누는 말의 내용은 뭘까?
초기 아이디어는 훨씬 광범위했었어요. 일단 내 고양이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릴거니까, 평소 주변에서 우리 베르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참고했어요.
컨셉: 화난 거 아니다옹. 검은 고양이 베르의 겉으로 보기엔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외모와 순둥하고 애기같은 귀여운 모습의 반전 매력
타겟: 20대 ~ 40대 초반 여성
이렇게 정해놓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구체적인 표정이나 문구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구체적인 상황과 타겟으로 정리를 해보니 조금씩이나마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표로 정리를 해보았죠.
가족 | 용건만 간단히 보내는 현실 남매 사이 |
매일 연락하는 절친 같은 자매 사이 | |
친구 | 싸워서 서먹한데 화해하고 싶은 친구 사이 |
예전엔 엄청 친했는데 요즘엔 자주 연락 안 하는 사이 | |
취향이 완전 잘 맞아서 매일 톡하는 덕친 | |
직장 | 입사 동기 |
엄청 친한 상사와 부하 직원 |
사실 위에 예시보다 더 구체적인 상황과 타겟을 설정할 수록 어떤 걸 표현할 지 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직장의 경우에도 그냥 입사 동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부서로 생각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기획자와 디자이너 입사 동기', '개발자 동료', '영업팀 상사와 부하 직원' 이런 식으로요.
이후 단계는 다음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