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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들

뱅갈 고양이와 심근 비대증/비대성 심근증(고양이 HCM)

by 냥호구마 2021.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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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갈 고양이 루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구조되었어요. 

원 보호자는 뱅갈 고양이 남아와 여아를 교배해 새끼 고양이를 낳게 하고, 그걸 팔아 이익을 챙기는 일명 '가정 분양 업자'였어요. 한 살이 조금 지난 루치의 엄마는 벌써 두 번째 임신이었어요. 그래놓고 정작 인간 여성이 임신을 하자 고양이를 반려할 수 없다고 했죠. 정말 못된 사람들이에요. 꼭 그에 맞는 벌을 받길 바랍니다.

 

루치의 엄마와 아빠는 구조에 참여했던 분의 집으로 이동해 머지않아 출산을 했어요. 총 일곱 마리의 뱅갈 새끼 고양이가 태어났어요. 루디와 실버가 골고루 섞인 아기들은 건강했고, 어미 고양이도 아픈 곳 없이 건강했어요. 

 

2개월 동안 엄마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 뱅갈 새끼 고양이들은 저마다 가족을 만나 입양이 되었습니다. 엄마 고양이와 아빠 고양이, 그리고 세 마리의 고양이는 보호 중이던 구조자님이 입양하기로 했어요. 

고양이 HCM
루치는 아무곳에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어요

 

아이들 모두 무탈하게 자라고 있었어요. 그러다 루치 엄마 아빠 보호자님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을 듣게 되었죠. 루치의 아빠가 어떤 특별한 증상이나 병증 없이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이에요. 그리고 또 얼마 후 루치의 형제 중 두 아이를 함께 입양한 보호자님이 전해 준 소식이 퇴근 후 집에 왔더니 한 아이가 잠든 듯 고양이 별로 떠났다는 거예요. 

 

놀라고 슬픈 마음이 지나고 나니 루치에 대한 걱정이 들었고, 이 때 처음으로 고양이 심근 비대증 혹은 비대성 심근증 HCM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비대성 심근증, 심근비대증 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 심장과 관련된 유전병입니다. 고양이 HCM은 발병할 경우 치사율 100%에 이를 정도로 위험성이 높습니다. 좌심실의 내벽이 두꺼워져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는 증상이며, 이 때문에 흉수가 차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일 수 있고,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는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은 혈액 일부가 응고된 혈전이 발생하여 혈관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15~20% 정도에서 HCM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발병 시 수일,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는데, 빠르게 발견해 잘 관리 해주면 최대 2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고양이 HCM
음 가운데 이상한 것이... 싱크대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루치

루치의 아빠와 형제가 고양이 별로 떠난 원인은 정확히 밝힐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며칠 전부터 약간의 무기력한 모습과 식욕이 평소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과 아무런 상처도 뚜렷한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작스레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심장 질환이라는 수의사의 의견이 있었어요. 특히 HCM은 몇몇 품종묘에서 나타나는 유전병이며, 전체 고양이의 15% 이상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HCM이 유력하다는 의견이었어요. 

 

비대성 심근증, 고양이 HCM에 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조사했어요. 

만약 내 고양이에게서 이런 증상이 발견된다면 고양이 HCM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서 빠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아요. 

 

- 고양이가 힘든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개구 호흡(입으로 숨을 헥헥 하고 쉬는 것)
- 나이에 비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
- 뒷다리를 절룩거리거나 잘 걷지 못할 때
- 심박 수가 불규칙(고양이의 분당 평균 심박 수는 120~140회)
- 식욕 부진

 

이 고양이 유전병은 병증이 나타나기 전에는 내 고양이가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요. 루치는 위의 증상이 특별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간혹 놀이 도중 심하게 개구호흡을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면 이동 가방 안에서 개구 호흡을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미리 검사를 통해 비대성 심근증을 확인해 보기로 했어요. 검사 결과 만약 HCM을 타고났다면, 발병 전까지는 괜찮을지 몰라도 일단 발병하면 아무리 길어봐야 2년이라니... 조사하면 할 수록 너무 겁이 났어요. 

 

그래도 내가 없는 사이 아이가 혼자 떠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무서워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심했어요. 

고양이 HCM
대평한 루치

 

두 군데의 병원에 전화해 검사 방법과 비용에 관해 문의했습니다.

검사 방법은 거의 비슷했지만, 비용이 더 비싸더라도 검사 항목이 더 많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고양이 HCM 검사이긴 하지만, 그 외 혹시 다른 곳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혈액 검사와 엑스레이,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고, HCM의 진단 평가에 사용되는 NT-proBNP라고 하는 검사도 진행했습니다. 

 

작지 않은 병원이었는데, 대기하는 동안 루치 목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첨엔 눈물이 찔끔 났는데, 생각해 보니 배 털 깎고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보는 건데... 애가 너무 과하게 '나 죽네에에에에엑'하고 울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어요.

 

검사 결과는 긍정적이었어요.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았을 때, 고양이 HCM으로 의심할 만한 부분은 없다고 했어요. 

40만원이 넘는 검사 비용은 월급쟁이에게 제법 부담이었지만, 그것으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정말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저는 고양이 HCM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하게 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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