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초보 집사, 초보 반려인이 가장 처음 구입한 책
서울 상경 5년 차, 함께 살게 된 동생이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존재로 느껴졌어요. 강아지와 십 년 이상 함께 살았지만, 고양이와 생활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함께 살아보니 고양이는 역시나 매력적인 동물이었어요. 그리고 내 성향이나 생활 습관이 강아지보다는 고양이와 함께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도 언젠가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걱정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동물을 온전히 내 책임으로 생각하고 '반려'해 본 적은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발톱을 자르고, 귀 청소를 하는 등 기본적인 케어도 걱정이었고, 위급 상황에서 과연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확신이 좀처럼 들지 않았어요. 그런 고민을 꽤 오래 한 후에 반려묘 입양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첫 반려 고양이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아기 고양이었어요. 등산길 배수로에서 구조되었고, 한 달 후 1차 기본 예방 접종을 하고 나서 저에게 왔어요. 자다가도 깨서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너무나 작고 연약한 생명은 사랑스러운 감정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존재였죠.
고양이를 반려하는 지인과 초보 집사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고양이를 입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토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었다고. 지금이야 고양이가 토하면 일단 내용물이 무언지 확인하고, 색상은 어떤지 그 전에 고양이가 뭘 먹었는지 생각해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저 겁이 나서 병원을 찾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발톱을 자르다가 피가 조금만 보여도, 눈을 잘 못 뜨고 눈곱과 눈물이 비치는 것만 봐도 일단 병원으로 달려갔죠. 많은 초보 집사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작고 겁이 많은 아이를 매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없으니, 고양이에 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구매한 책이 바로 '반려인 필독서, 고양이 응급 처치 매뉴얼'이에요. 일본 시로카네타카나와 동물병원, 중앙애니멀클리닉 총원장 사토 타카노리가 썼고, 출판사 단츄별에서 펴낸 책이에요.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고양이의 증상이나 질병에 대한 학술서가 아니에요. 고양이를 처음 반려하는 사람이 이 책을 집에 둔다면,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덜 당황하고 아이를 위해 최선의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에요.
초보 집사의 필수 냥독서 고양이 응급 처치 매뉴얼 목차
초보 집사의 필수 냥독서 고양이 응급 처치 매뉴얼은 목차에서부터 책의 집필 의도와 활용 방법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 있어요. 내 고양이가 지금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기준으로 목차에서 필요한 페이지를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답니다.
목차의 대분류는 얼굴, 전신/뇌, 비뇨기, 배, 피부로 나뉘어요. 각 부위에 포함되는 신체 기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아 편하게 원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 1장, 얼굴은 눈, 코, 귀, 입을 포함한 부위에요. 각 부위와 관련된 증상 및 상태를 아래와 같이 잘게 쪼개어 놓았죠.
눈이 부어 있다.
눈곱이 낀다.
눈물의 양이 많다.
재채기, 콧물이 나온다.
코가 건조하다.
코가 막혀 있다.
코피가 나고 있다.
귀의 선단부에 탈모나 딱지가 있다.
등등
내 아이가 재채기하고 콧물이 나온다면 이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해당 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되는 거죠.
초보 집사의 필수 냥독서 이렇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이 책이 학술서가 아니라 집에 두고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참고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렸죠. 그 용도로 활용하기에 정말 최적이라 생각되는 페이지가 바로 플로우 차트에요. 내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과 그 증상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증상, 그것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질병 소개를 한 후 증상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 흐름을 차트로 그려 놓은 것이에요. 급할 때는 그 차트만 보고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요. (위 이미지 참고)
처음 책을 샀을 때는 페이지 하나하나를 넘겨 가며 내용을 쭉 읽어나갔어요. 자세하게 보지 않더라도 대략적으로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만 읽었죠. 그리고 나서 아이가 아프거나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목차에서 필요한 페이지를 찾아 플로우 차트를 보고 집에서 처치가 가능한지, 병원으로 가야할 지를 판단하는데 참고했어요.
첫 고양이를 입양 한 후 세 마리의 고양이를 더 입양하게 되어 총 네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가 되었어요. 성격 급한 둘 째는 먼저 고양이 별로 돌아가 지금은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하고 있죠. 첫째 베르를 2015년 10월 3일 입양했으니, 고양이를 반려한 지 6년이 지났어요. 시간이 많이 흐르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이제 책을 펼쳐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처음 고양이를 입양했던 초보 집사 시절에 이 책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어요.
초보 집사의 필수 냥독서 고양이 응급 처치 매뉴얼로 위급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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