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경이 줄거리와 드라마 속 고양이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문득 모든 인간이 정말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
의심이 들곤 해요. 이 드라마는 그런 의심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어요.
'죽어도 되는 인간은 죽이면 되잖아.'와 '그럼에도 인간은 살 가치가 있어.'를 각각 대변하는 두 주인공과 그 주변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게임 폐인에 프리랜서로 보험조사관 일을 하는 구경이. 후배 나제희의 의뢰로 한 사건을 추적하게 되고,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무서운 건 그들의 죽음은 사건, 사고로 완벽하게 위장되어 있어서 아무도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구경이 1화는 어린 경이와 어른 경이가 교차로 보여진답니다. 게임에 미쳐 있는 어른 경이가 제희의 의뢰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어린 경이가 고등학교 시절 학교 안에서 일어난 새끼 고양이 살해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이 계속 번갈아 보여요.
드라마나 영화, 그 외 많은 컨텐츠에서 고양이는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대체로 스릴러 같은 장르 물에서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동물이 등장하면 저는 일단 긴장해버립니다. 제발, 해치지 마세요! 때론 미디어에서 동물을 소비하는 방식이 너무 잔인해서 결국 탈주해 버리기도 해요. 애초에 동물이 촬영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는지 알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드라마에는 새끼 고양이들이 등장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돌보는 아이들로 나오고, '모든 인간이 정말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이렇게 소비되는 건가? 라고 생각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나마 다행이었건 굳이 직접적인 장면 연출 없이도 시청자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에요.
동물, 혹은 사건의 피해자 모습을 선정적으로 전시하는 장면이 없이도 얼마든지 처참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어요. 앞으로 컨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이 이런 부분에 더 많이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구경이와 킬링이브, 구경이 vs 이브 , 이경이 vs 빌라넬
* 두 드라마 속 캐릭터 비교를 위해 부득이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죽어도 못 참고 꼭 확인해야만 하는 성미,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허술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 남편을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집착하는 진실 파헤치기.
구경이와 이브 캐릭터는 공통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구경이는 은둔형 외톨이에 유사한 게임 폐인 캐릭터로 조금 더 세상과 단절된 모습을 부각했고, 이브는 부스스하고 거대한 머리카락과 설사 상사일지라도 싫은 티를 숨기지 않는 모습으로 괴짜의 면모를 부각했어요. 두 사람 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는 의심스러운 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 되려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물론 이영애 배우님은 쓰레기 수거 차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예쁨을 감출 수 없었지만요.)
이경이는 놀라울 정도로 빌라넬과 유사한 표정, 행동을 자주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조증이고, 과장된 표정과 행동을 보이죠.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해요. 그래서 반짝반짝하고 매력적이지만, 늘 혼자일 수밖에 없어요. 킬링이브 시즌 1에서 빌라넬이 의뢰를 처리할 때 보면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느긋하게 모든 과정을 즐기지요. 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전혀 진지하지 않은 모습으로 맡은 일을 해냅니다. 천진난만하게 보일 정도로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 이런 모든 것들을 이경이에게서도 볼 수 있었어요. 물론 아직은 빌라넬이 이경이와 비교도 안 되게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줬지만, 이경이도 더 다양한 모습을 앞으로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정말 깜짝 놀랐던 장면은 이경이와 건욱이 처음 함께 등장한 장면이었어요. 빌라넬과 콘스탄틴의 관계성과 놀랍도록 비슷하더라고요. 이경이가 건욱에게 과장되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빌나넬이 콘스탄틴을 골탕먹이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 모습과 같았어요.
콘스탄틴과 빌라넬은 트웰브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고, 조직이 받은 의뢰를 콘스탄틴이 빌라넬에게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건욱은 아직 어떤 경로로 타겟을 고르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경이에게 타겟을 알려주고 증거가 남지 않도록 뒤처리까지 하더라고요.
산타는 구경이의 조력자이면서 아직까지는 숨기는 것이 많은 인물인데, 케니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였어요.
구경이에 관해 모르는 게 없고, 어쩌면 거의 유일하게 구경이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일지 모를 나제희는 빌을 떠올리게 했고요.
드라마 구경이는 아직 2화까지만 방영이 된 상태라 다른 캐릭터들에 관해서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위와 같은 맥락으로 봤을 때, 김해숙 선생님이 맡은 용국장이 캐롤린이랑 비슷한 역할일까? 짐작해 봅니다.
킬링이브에서는 이브와 빌라넬의 관계를 훨씬 관능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구경이는 아직 2화까지 방송을 한 시점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궁금하네요. 빌라넬에게 이브는 사랑받아 본 적 없는 어머니이자, 사랑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배신한 선생님(빌라넬은 맹목적이고 집착적인 사랑을 했고, 상대에게도 같은 것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두려워했어요. 그것을 배신이라 느꼈을 거로 생각해요.)이자, 자기 자신과 똑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인간이었어요.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애가 강했던 빌라넬은 자신과 같은 재질의 인간인 이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죠.
개인적인 감상평
이번 시즌에 시작한 드라마 지리산, 구경이, 키마이라를 모두 봤을 때, 구경이가 가장 스타트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이건 시청률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 순전히 저 개인적인 감상이에요.
멍하니 있다가 뒤통수를 탁! 맞는 듯한 충격적이고 신선한 음악과 흥미로운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까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움이 큽니다.
킬링이브가 너무 많이 떠올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저 역시 뭐하나에 꽂히면 좀 집착에 가깝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그런 것이니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오늘 방영할 구경이 3화 너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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