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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어요

반려동물과 이별 준비, 21그램 기초수습 키트

by 냥호구마 2021.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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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그램에서 고양이 장례를 치른 것도 내돈내산이고, 기초수습 키트도 내돈내산입니다.

 

작년 체다가 떠났을 때, 슬픔과 상실감에 허덕이면서도 아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어요. 

병원에서 떠난 아이를 어떻게 집에 데리고 와야 할지, 어디에 연락해서 장례를 진행해야 할지, 거기까지는 어떻게 아이를 데려가야 할지 모든 게 막막하더라고요. 

 

동생이 반려하는 고양이는 암이 발견되어 두 번이나 수술을 했고, 친한 언니의 반려 고양이는 열 다섯살이 넘어가면서 신장이 좋지 않아 집에서 피하수액을 맞고 있어요. 나이 많은 반려동물들과 생활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되면서 이들이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서 나처럼 당황하고 막막해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앞서 생각하는 건 괴로운 일이에요. 하지만 대비 없이 맞닥트렸을 때의 그 암담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21그램 기초수습 키트를 구입해 리뷰를 쓰게 되었어요. 

 

21그램 기초수습 키트 기본 구성

21그램기초수습키트

 

21그램 기초수습 키트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상자에 담겨서 와요.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을 대비하는 물품이라 보관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이즈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보관에 관해서도 세심하게 생각한 것 같더라고요. 

 

이별준비 가이드북, 기초수습 도구(멸균거즈, 세정티슈), 운구용 방수가방

이렇게 단촐하면서 꼭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것들을 작은 상자에 담아낸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21그램기초수습키트

다 꺼내놓으니 단촐하죠? 그런데 이것 외에 사실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이별준비 가이드북은 이별을 경험해 본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줘서 좋았어요.

이건 뒤에 더 자세하게 소개할게요.

 

운구용 방수가방 실측 사이즈는 67*35*14 (cm) 입니다.

크기 짐작을 위해 수건과 비교해봤어요.

수건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세안용 수건이에요. 완전히 펼친 수건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죠.

그런데 옆면이 입체로 되어 있어 조금 더 낙낙한 사이즈에요. 

 

일반적인 고양이는 무리 없이 커버할 수 있는 사이즈고, 강아지의 경우 소형견에 맞는 사이즈 같아요.

 

저렇게 펼쳐 놓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막내 코타가 ㅎㅎㅎ 어느새 수건 위에 올라왔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찍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별 준비하는 방법, 이별준비 가이드북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해 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 무지개 다리는 건넜다, 소풍을 떠났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들어봤고, 저도 사용하는데 아마 이별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이런 표현들이 생겨난 게 아닌가 싶어요. 

 

 

내 반려동물이 먼 길을 떠나는 걸 잘 배웅해 주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은가.

이별준비 가이드북에서는 준비와 배웅, 그 이후까지 반려동물 보호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안내서에요. 

 

내용을 전부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몇 가지 저도 미처 몰랐던 내용 중심으로 공유할게요.

 

1.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장례는 얼마만에 치뤄야 할까?

 

가족이나 친척, 지인의 장례를 경험해 봤기에 아무래도 인간을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저는 즉시 장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이 트자마자 장례식장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오전에 바로 출발해 그 날 모든 것을 끝내버렸죠. 체다의 유골로 만든 루세떼를 품에 안고 집에 와서 그날도, 다음날도 누워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와중에 다른 아이들의 화장실을 치우고, 밥그릇을 채우고, 물을 새로 바꿔주고. 이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슬퍼하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며칠 동안은 체다가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아 상실감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아이의 신체 외부에 상처가 있거나, 계절과 온도가 너무 상온이 아니라면 하루이틀 정도 아이를 곁에 두고 충분히 이별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고 해요. 사람의 장례와 달리 반려동물의 장례는 매우 빨리 끝나요. 그래서 즉시 장례를 치르게 되면 허무감으로 반려동물을 상실한 증후군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어요. 

 

2.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 우선 아이의 몸을 두꺼운 담요나 방석 위에 자연스럽게 눕혀주세요. 
  • 아이 몸 보다 머리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있도록 수건으로 받쳐주세요.
  • 아이 입과 코에서 분비물이 흐를 수 있어요. 너무 놀라지 말고, 흐르는 대로 두었다가 어느 정도 멈추면 머리를 높게 받쳐주세요. 
  • 엉덩이 아래 패드를 깔아 주어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대비해 주세요. 분비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으면 기저귀나 패드로 엉덩이를 감싸주세요. 
  • 혀가 입 밖으로 나와 있으면 입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넣어 주세요.
  • 거즈나 물티슈를 접어서 혀과 입천장 사이, 또는 어금니 쪽에 물려 주세요. 
  • 경직이 된 상태에서는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도록 해요. 
  • 아이가 눈을 감지 못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겠지만, 억지로 닫으려 하지 말고 장례 전문가에게 맡겨 주세요. 안구가 마르지 않게 물에 적신 거즈나 물티슈를 눈 위에 덧대어 주세요. 
  • 가급적 기온은 서늘하게 유지해 주시고, 그래도 온도가 높다면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싸 아이 배옆에 대주세요.

 

지인들에게 주려고 여러개를 샀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이별을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을 텐데 이걸 받고 마음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요.

 

그래도 저는 작년 12월 10일의 기억이 여전히 너무 아파서 다른 보호자들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지인들에게 21그램 기초수습 키트를 꼭 전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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