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동물 병원에서 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떠올릴 때마다 괴롭고 가슴이 아픈 기억인데, 그래도 주변의 많은 배려로 잘 헤쳐나왔던 것 같아요.
미리 장례식장을 조사해 놓지 않아 넋 놓고 울고 있을 수만도 없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야 했어요.
반려동물 장례 업체 검색 및 선택
반려동물과 관련된 앱 서비스 기획 일을 했었기에 몇몇 업체들은 시장 조사 차원에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아이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펫포레스트, 21그램, 굿바이 엔젤 등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회사가 있었어요.
몇몇 사이트를 들어가서 시설과 장례 절차를 확인하고, 비용도 보고... 결국 21그램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결정을 했어요. 결정한 이유 세 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1. 꽃장식이나 화려한 장식이 없는 심플하고 차분한 장례 절차와 공간
2. 운구 서비스(픽업) 이용이 가능
3. 유골을 메모리얼 스톤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루세떼
처음 베르를 입양할 당시에 메모리얼 스톤에 관해 그리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체다가 떠나니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래도록 체다를 간직하고 싶었어요.
일반적으로 메모리얼 스톤은 아이를 화장한 후 생긴 유골을 고온으로 용융해서 만든다고 하는데, 수분에 취약하고 간혹 메모리얼 스톤이 깨지는 일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더 견고하게 제작하는 루세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루세떼 선택 이유
1. 유골 외 다른 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반려동물의 유골분을 순도 99.99%로 제작
2. 고온이 아닌 저온 용융 공법으로 유골분 손실이 최소
3. 강도가 강해서 변질이 없음
4. 루세떼로 제작한 메모리얼 스톤을 다시 유골분으로 되돌릴 수 있음
4번이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루세떼는 변질이 없어서 영원히 그 상태로 남는다고 해요.
그래서 만약 내가 죽어도 반려동물의 루세떼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거예요. 그건 싫더라고요. ;ㅁ;
반려동물 장례식장 예약 및 장례 과정
1. 장례 예약하기
전화로 상담한 후 문자로 장례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고, 보호자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안내해줘요.
밤이라 예약이 안 되려나 싶어서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전화를 했어요. 상담을 하시는 직원은 굉장히 정중하게 말했고, 단어 선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어요.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을 설명해 주셨고, 하나하나 고심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셨어요.
루세떼를 제작하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기에 장례는 가능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어요. 불필요한 치장은 생략하고 수의나 관도 굳이 추가하지 않았어요. 대신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사실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태였는데, 꼭 필요한 내용만 전화로 상담하고 나머지는 문자로 안내를 해주셔서 그 점도 좋았어요.
아이의 이름과 사진 5장 이상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사진을 고르면서 눈물이 많이 나서 고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장례 절차와 픽업 차량 출발 안내, 도착 예정 시간 안내. 그리고 그 사이 아이 사체를 어떻게 수습하면 될 지를 문자로 상세히 안내해 주셨어요. 그리고 평소 아이가 좋아했던 간식이나 사료, 장난감을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체다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마침 잘 사용하지 않는 타일 매트가 있어서 그 위에 체다를 눕히고, 담요로 덮어준 후 밤을 보냈어요. 체다의 몸이 손상되지 않도록 타일 매트에 눕힌 채로 이동했어요. 하지만 집에 그게 없었으면 너무 난감했을 뻔 했어요. 다행히 픽업 차량에 종이관이 있어서 대비를 못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얼마 전 21그램에서 출시한 '기초 수습 키트'를 몇 개 구입했어요. 이것에 관한 소개는 따로 포스팅할게요.
픽업을 온 직원분이 매우 정성스럽게 체다를 자리에 고정시켜주었고, 차량 내부에 물티슈와 티슈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가능한 조용하게 또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주어서 온전히 슬픔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2. 장례 절차 상담
3시간이 넘게 걸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직원 분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어요.
체다를 따로 염습실로 데려갔고, 저는 담당 장례지도사님과 상담실로 이동했어요. 매우 차분하게 장례 절차와 비용에 관한 설명을 해주셨어요. 루세떼를 제작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당일에 수령하려면 기다려야 하고, 일정이 어려우면 추후 배송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 받았어요. 저는 체다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3. 염습
염습은 보호자가 참관하지 않고 진행되었어요. 아이의 몸을 닦고, 마사지로 아이의 자세를 조금 바꿔준다고 하더군요. 체다는 눈을 다 감지 못했고, 입도 벌어지고, 팔다리도 쭉 뻗은 채 경직되어 있었어요. 염습을 마친 체다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문 편안히 잠든 듯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4. 추모
단독 추모실에서 충분히 아이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더라고요.
얼마가 걸려도 상관 없다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고 친절하게 얘기해주었어요.
체다가 잘 먹던 사료와 간식, 장난감을 챙겨놓고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해서 장례식장 측에서 사료와 간식을 준비해 주셨어요. 종이관 안에 누운 체다와 그 옆에 사료와 간식이 놓여 있었어요. 추모실 벽에는 제가 보낸 체다 사진이 슬라이드로 떠있었고, 저는 멍하니 사진과 체다를 번갈아 보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5. 화장
추모가 끝난 후 직원에게 얘기하자 체다를 따로 데려가고 저는 화장을 참관할 수 있는 단독 공간으로 안내 받았어요.
그 방에서 화장이 끝나길 기다려도 되고, 마음이 힘들면 다른 곳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했어요. 저는 그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6. 봉안 or 루세떼 제작
루세떼 제작을 하지 않는 경우 유골을 유골함에 담아 건네받고 고양이 장례가 종료돼요.
저는 루세떼를 제작하기로 했기에 루세떼 제작 담당자 분과 별도의 상담을 진행했어요.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안내해주었고, 간혹 루세떼가 투명하지 않게 제작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진짜 아주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
루세떼 제작은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지인들에게 온 위로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가족들과 전화 통화도 했어요. 경기도 광주 깊숙한 곳에 위치했기에 주변에는 산과 공장 뿐이더라고요. 아침부터 먹은 게 없었지만, 슬픔 때문에 배가 고픈 줄도 몰랐어요. 대기실 바로 바깥에 물, 차, 커피 그리고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강아지를 보내러 온 한 가족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저도 많이 울었어요.
울다가 지쳤을 때는 각 대기실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서 몇 번 나가서 찬바람도 쐬고 주변도 거닐었어요.
장례식장 입구에 동네 고양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들도 보고, 마당을 자유롭게 오가는 고양이들도 보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쉬 있었어요.
7. 마지막 상담과 함께 장례 절차 마무리
기다리는 동안 루세떼 보관함을 구입하고 싶다고 장례지도사님에게 요청했었어요.
보관함을 구입하니 체다의 사진을 뽑아서 액자로 만들어 주더라고요. 루세떼 보관함에는 이름표가 붙는데, 어떤 내용을 넣고 싶은지 물어본 후 제작해서 택배로 따로 보내준다고 했어요.
완성 된 루세떼와 액자를 받았고, 담당 장례지도사님은 체다의 루세떼가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색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해주었어요. 루세떼의 색상은 아이의 유골마다 다 다르게 나온다고 해요. 체다는 약간 어둡고 차분한 톤의 그린색이었어요.
그리고 체다와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아이였는지 조심스럽게 묻더라고요.
고양이 장례가 다 끝났으니 장례지도사의 할일도 끝났을 텐데, 그런 걸 물어볼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어요. 그렇지만 물어봐 주셔서 고맙기도 했어요. 길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체다에 관한 이야기와 다른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 더 마음이 정리되었어요.
저는 차량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불러야 했어요. 택시 예약도 담당 장례지도사님이 해주셨고, 미리 집주소를 기사님에게 알려주셔서 저는 그냥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 되었어요. 제가 택시를 타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움을 주고, 배웅해 주었어요. 신기한 건 택시 안에서도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기사님이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으시고 티슈가 필요한지만 물어보더라고요. 아마도 미리 택시 기사님께 얘기를 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덕분에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집까지 갈 수 있었어요.
21그램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100만원이 넘는 큰 지출이었지만, 후회가 없어요.
제가 이곳에서 제 반려 고양이 장례를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을 몇 가지 적어 볼게요.
- 모든 직원의 정중한 말투, 조심스러운 태도, 단어 하나 하나를 신경 써서 말하는 것
-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준 점
- 차분하고 조용한 환경과 깔끔한 인테리어
- 대기실에서 바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출입문이 대기실마다 따로 마련되어 있는 점
- 동네 고양이를 챙겨주는 모습
-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
다음에 또 아이를 떠나 보낼 때가 오면 저는 다시 21그램을 이용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저는 앞으로의 제 인생과 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지금은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1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가슴 아프고, 체다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요.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아이를 잘 보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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